"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요한복음 3:3)

무엇 때문인지는 확실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표적에 이끌려 밤잠을 마다하고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 그래도 예수님을 찾아 밤늦게라도 온 관심과 용기는 칭찬할 만한데 예수님은 이 니고데모를 보자마자 느닷없이 “누구든지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고 못 박아 버립니다. '아니 뭐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저 당신이 행하신 표적에 대해 칭찬했을 뿐인데 거듭나라니? 다시 태어나라는 말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니고데모의 앞 통수를 정면에서 치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가 고민하는 문제의 핵심을 찔렀을 뿐 아니라 그 문제의 해결책까지 주신 것이었습니다.

니고데모의 잠 못이루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돈 문제도, 정치문제도, 가정 문제도 아닌 자신의 신앙, 즉 하나님 나라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책인 거듭나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바리새인으로서 어려서부터 성경을 배우고 지켜 왔지만, 마음 한구석 어디엔가에서는 '이게 아닌데'라는 세밀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남들은 다 자신을 부러워하고 칭찬하고 저 사람이야말로 천국에 한자리 마련해 놓았다고 부러움이 섞인 칭찬이 자자 했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니고데모.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한 가지, 자신의 영혼과 영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해결은커녕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조차 못 하던 중 예수님의 표적에 대한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모르게 예수님을 찾아왔는데 난데없이 거듭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든 것이었습니다.

'거듭나라니(born again)? 분명 다시 태어나라는 말인데 지금 다시 어머니 뱃속에 들어갔다 나오라는 말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일까? 더군다나 나이 오십이 다 된 늙은이가 어찌 다시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 지금까지 쌓은 경력, 재력, 세력, 능력 등은 어떻게 되는가?' 등등의 질문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조차 못 했던 질문입니다. 누구 하나 이런 질문을 제기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으로부터 온 예수님이 질문을 하시니 답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예수 믿으니 거듭났다고 말하기는 쉬운데 그 거듭남이 진정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거듭남이 중요한 것은 거듭나지 않고는 하나님 나라를 들어가기는커녕 볼 수도 없다고 바울도 아니고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온 예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해는 안 되지만 다시 태어나라면 태어나겠는데 (천국에 들어간다는데 뭘 못 하겠습니까?) 지금까지의 삶은 어떻게 되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되냐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로 태어나는지, 다시 태어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아니면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른 짐승으로 태어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아마 니고데모는 몹시 답답했기에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요3:4)”라고 반문을 한 것 같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이러한 반문을 거친 들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무조건 큰 소리로 “믿습니다”가 아니라 “아, 그렇군요(아멘)” 하면서 믿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은 듣고, 알고,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