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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사탄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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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uthor 이아브라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ate21-02-28 15:46 조회 Read1,024회 댓글 Reply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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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어달 전 월요일 오후에 아내가 전화로 다급하게 외치는 것이다. “지금 빨리 오세요. 누가 내 빽을 가져갔어요.” 불이나케 달려가 보니 아내는 속수무책인지라 난감한 채 그저 망연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그곳은 집 근처에 있는 Goodwill Store 이었는데, 아내가 잠시 물건을 고르는 사이에 shopping cart에 놓은 가방을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천성적으로 무공해(?) 성격인지라 남을 의심하거나, 미워하거나, 딱히 대거리를 할 줄도 모르는 아내가 한편 한심스럽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집으로 돌아와서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신고를 하니 불과 한 시간 반 사이에 이미 여러 곳에서 사용한 것이 들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쉽사리 처리가 되었지만 실은 지금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도둑 맞은 백에는 신용카드 외에도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카드, 자동차 열쇠, 집 열쇠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주소를 알고 있으니 언제라도 와서 열쇠로 따로 들어올 수도 있고, 차를 어디엔가 세워 놨을 때 가져갈 수도 있고, 더구나 소위 신분도용(identity theft)으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그 절도범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므로 그가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배회해도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진정 난감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사이도 계속해서 신용카드회사로 부터 경고를 위한 연락이 온다. 누군가 우리의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어서 계속 사용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미지의 인간, 그것도 도둑질을 하는 악한 자가 자취도 없이 우리 주위를 어른거리기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는 잠시 있다가는 없어질 불상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애써 머리에서 지워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을 통해서 영적인 존재인 사탄, 우리의 원수에 대해서 생각이 미치자 모골이 송연해 진다. 자취도 모양도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우리의 안팎을 맴도는 사탄은 우리의 모든 것을 우리 보다도 더 자세하고 깊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거의 죄, 허물, 실수 및 그 외의 모든 약점들을 낯낯이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의 기억에서 조차 잊혀진 것들 까지도 모두 움켜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감당하기 버거운데,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영혼의 뒷덜미를 잡고 늘어지며 정죄하며 우리의 심령의 약한 부분을 치고들어와 마음을 훔치고 옭죄곤 한다. 이토록 자취도 없는 것이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우리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기에 더욱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사탄의 머리를 상하게 하신 여자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이 우리 속에 주인으로 좌정하시니 안심이다. 그러므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여전히 무사태평한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시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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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Reply List

관리자1님의 댓글

관리자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상심하셨을텐데 교회에서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런 위기의 상황을 영적인 교훈으로 전해주시는 목사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얼른 잃어버린 빽이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이아브라함님의 댓글

이아브라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ㅋㅋㅋ
빽이 돌아오기는 일찌기 포기 했습니다.
절도한 자가 identity theft를 계속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뿐입니다.

Miyoung Son님의 댓글

Miyoung S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같으면 주일날 끙끙거리느라 온 교회가 다 알았을꺼예요..ㅎㅎ
하소연이라도 하실 시간과 공간을 드리지  못한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도둑이 틈타더라도 천사가 튼튼히 보호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목사님 사모님!

이아브라함님의 댓글

이아브라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사합니다.
크게 손해본 것 없이 거의 다 정리가 되었습니다.
다만 그 도둑이 완전히 fake account를 따로 만들어서 사용하려고 시도를 하므로, 우리 online account 가 locked 되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 받고하느라고 오늘도 한시간 가량 통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여전히 무사태평, 평안 강녕하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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