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1월 3일은 나의 인생의 영원한 기념일이다. 이씨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28년을 살면서 4.19와 5.16의 변혁기를 거쳐 대학을 졸업했으나 인생의 가치나 삶의 목적이 불분명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대를 졸업했으니 사법시험 도전했고 3번 낙방하고는 포기해 버렸다. 그 후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돈을 벌겠다는 요량으로 “월간 중등교육”이라는 잡지사를 세웠다. 그 또한 경험도 철도 없이 허랑방탕하다 2년만에 완전히 망하고 빚에 쫓기다 무책임하게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수중에 있는 돈이 다 떨어지자 갈 곳 없이 떠돌다 어느 산속 깊숙이 숨어 들어가서 죽음을 생각했다. 그 밤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실존에 대해서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절대고독을 경험하게 되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에 통곡하며 그 밤을 지새고는 거렁뱅이가 되어 몇 달을 헤메다 물어물어 집을 찾아와보니 집은 빚으로 넘어가고 많은 식구가 셋방에 옹색하게 몰려 있었다. 그로부터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은 식물인간이요, 살았으나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당시 대학생성읽기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여동생의 권유로 한 목자님과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1972년 10월 30일 오전 8:00이었다. 창세기 기초공부로부터 시작해서 무엇에 홀린 듯 숙제와 소감을 쓰며 미친듯이 공부 했다. 창세기 1장 천지창조의 하나님, 2징 하나님의 사랑과 사람의 사명, 그리고 3장에서 사람의 타락을 공부하면서 막연했던 하나님의 존재가 믿어지며 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이며 그것은 아담으로부터 비롯된 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마치 무엇인가 강한 힘이 나를 몰아붙이는 듯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인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창세기 12장에서 아브람을 공부하면서 그 한 사람에게 뜻을 두시고 부르시는 하나님이 가까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나를 지도하던 목자님이 즉시 마가복음 2:17을 펴서 설명해 주었다. 그 순간 마치 비수가 심장을 찌르기라도 하듯 나의 가슴에 통증 같은 것이 느껴지며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그렇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죄인인 나를 부르셨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서 처음으로 기도라는 것을  했다. 하나님, 저는 죄인입니다. 예수님께서 저 같은 죄인을 부르러 오신 것을 믿습니다. 죄 많은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의 인생을 하나님께 바쳐드리겠습니다. 아브람과 같이 복의 근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1972년 11월 3일 오전 10시 반경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브라함으로 다시 태어난 날이다. 천국에서도 기억될 영원한 나의 기념일이다. 할렐루야! 

예수께서 들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막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