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낮 아내의 심부름을 위하여 나가려다가 차문을 여는 순간 안경이 차문에 부딪치면서 떨어져 깨지고 말았습니다. 황반변성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거리 조정이 않된 까닭이었습니다. 제게는 사연이 있는 안경인지라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오래 전 영육 간에 심한 혼란을 겪던 어떤 자매님의 남편이 그의 간절한 소원과 기도를 담아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로 인하여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그 자매님과 남편은 지금 어떤 형편일까 생각이 미쳤습니다. 인간세상의 평범한 기준으로는 결코 용납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부인을 마치 고멜을 기다리는 호세아처럼 받아들이고 기다리던 그 남편의 선한, 그러나 공허한 얼굴이 슬품처럼 스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관계성에 일정한 거리, 간격을 두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기준과 호불호 및 감정과 신분을 따라 횡적관계, 상호관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에서 터놓고 지내는 막역한 사람으로부터 조금 먼 사람, 아주 먼 사람 등등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이러한 거리가 착시현상으로 인하여 지켜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불편을 느끼며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들도 전에는 이런 세상적 관계성의 원리(?)를 따라 살았습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 우리는 어떤 거리 간격을 두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모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초대하셨습니다. 당시로서는 가장 기피의 대상인 문둥이에게 손을 대셔서 고쳐 주셨습니다.(마8:3) 동네사람들 모두 부정하게 여기는 사마리아여인을 있는 그대로 받이 주심으로 구원하셨고(요4:26-27), 간음 중에 잡혀 온 여인을 받아 주시고 그의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요8:11) 혐오의 대상이던 세리장 삭개오의 집으로 들어가셔서 그를 구원하셨습니다.(눅19:9-10) 되바라진 듯 보이는 부자청년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사랑하사“ 가르쳐 주셨습니다.(막10:21) 유대인이신 예수님은 헬라여인의 기도를 들어 주셨고(막7:26) 헬라인들을 받아 주셨습니다.(요12:20) 그 외에도 수많은 죄인들과 세리들을 받아 주셔서 함께 식사를 나누셨다는 이유로 바리새인들에게 정죄를 당하시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당신께 나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은혜의 역사는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이 세상에서 죄와 허물로 죽었던 우리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어 망가지고 부패한 모습 그대로 받아 주셔서 당신의 십자가의 피로 씻어 주시고  새로운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는 주의 것입니다.(롬 14:8)

이번 수양회를 통해서 우리 서로가 주님의 심정으로 서로를 여과없이 받아 주님께 기쁨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러한 섦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증표이며, 주님의 몸 된 교회 곧 영원한 운명공동체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길임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심과 같이 너희도 서로 받으라. (롬15:7)